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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 리포트①-2] 김민선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장"처음 가본 길이지만 필요성 절감··· 권역별 센터로 확산돼야"

조회수 : 257 등록일 : 2025-01-21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 리포트]

김민선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장 조금 아파도 중환자실 가야하는 중증어린이 지역 의료·복지시설만으론 감당 어려워 환아 가정서 1~2시간 내 거리에 센터 구축 정부·기업·병원의 흔들림 없는 협력 필요


2024.10.08. 더메디컬 이경석 기자(leeks@kakao.com)


누구나 보편적인 의료 서비스를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공공보건의료’의 존재 이유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공공보건의료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적 과제가 됐다. 고령화가 가속화될수록,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벌어질수록 그 중요성은 커지는 추세다. <더메디컬>은 서울대학교병원과 함께 국내 공공보건의료 서비스의 현재를 짚어보는 기획 기사를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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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의 운영을 통한 성과를, 국내 최초로 시도된 중증 소아·청소년 단기 의료 돌봄 체계가 어느 정도 구축됐는지를 묻자 김민선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 센터장(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사진)은 손사래부터 친다. 처음 가보는 길인만큼, 또 쉽지 않은 의료 서비스 체계인 만큼 여전히 탐색하며 길을 찾는 중이라고 했다. 성과를 내세우긴 이르고, 지금까지 잘 해왔지만 지속 가능한 방안을 찾는 게 숙제라고 했다.



-처음에 어떻게 시작됐나.

“서울대학교병원 어린이병원에서 ‘꿈틀꽃씨’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단기 의료 돌봄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외국 사례를 보면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이런 서비스가 잘 구축돼 있어서, 국내에도 지역 의료기관이나 복지시설 등을 통해 도입할 방안을 찾아봤는데 쉽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해보자?

“그건 아니다. 우리 병원은 급성기 치료를 하는,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아플 때 오는 곳이니까 처음부터 여기에 만들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실제 단기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의 중증도가 너무 높았다. 조금만 아파도 중환자실에 가야 할 아이들인데, 지역 사회에서 감당할 수가 없는 거다. 현실적으로 그럴 의료 인력도 없고, 현행법상 의사와 간호사가 아니면 석션 하나 할 수 없는데 복지시설을 비롯해 기존 제도권 안에서는 실현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던 중 넥슨재단이 후원을 결정하고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시범 사업을 만들면서 센터를 열게 됐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서울대병원이 정말 큰마음을 먹은 거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인 건 맞는데, 적자가 빤한 일이기도 하니까. 정부(보건복지부)와 기업(넥슨재단), 의료기관(서울대학교병원)이 손잡고 큰일을 벌여서 지금까지 잘 해왔는데 사실상 셋 중 한 축만 무너져도 휘청일 수밖에 없다. 의료진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현재 의료계 상황도 불안 요소다.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들도 전에 없던 의료 체계를 만드느라 고생하고 있는데 지난 1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생각할 때 이분들이 자리를 잘 지켜줘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 수간호사님이 다른 데 가시면 정말 큰일난다.”



-서비스 대상 인구가 5만여 명에 달한다고.

“사실 정확한 통계가 없다. 인공호흡기 같은 의료기기가 필요한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는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로 파악할 수가 있지만 집계되지 않은, 이를테면 침 삼키기가 어려워 계속 석션을 해야하는 경우처럼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없는 아이들이 훨씬 더 많다. 외국 통계에 기반해 인구 대비 추산했을 때 나온 숫자가 4만~5만 명이다. 물론 그중에서도 주변 지인이 돌봐줄 수 없는, 상당 수준의 의학적 지식에 기반한 모니터링과 처치가 필요한 경우가 센터 이용 대상이다. 수요가 많은 건 분명하지만 정확한 집계는 어렵다.”



-어떤 방식으로 확대, 발전해 가야 할까.

“단기 의료 돌봄 체계를 이제 막 구축해 가고 있는 시점이긴 하지만, 향후엔 지역별로 이런 센터가 마련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사실 의정(醫政) 갈등으로 의료계가 어려운 상황이 아니었다면 다른 지역 의료기관에서도 시도해 볼 수 있도록 권유도 해보고 그랬을 것 같은 데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사태가 진정되고 가능한 여건이 마련되면 우리 경험을 공유하고 확대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거다. 개인적으로는 광역시 단위로 5~6개 센터가 운영되는 게 국내 의료 상황에서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5~6개, 어떤 기준인가.

“환자 가정에서 1~2시간 거리에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의료기관이 마련되는 거다. 우리 센터의 경우 서울·경기권에선 1~2시간이면 와서 아이를 맡길 수 있는데, 멀리 부산에서 너덧 시간씩 걸려서 오게 되면 일단 센터에 도착하면 아이가 탈진한 상태다. 보호자도 지쳐 있고, 안 아팠던 아이도 아프게 된다. 현재 칠곡경북대학교병원이 우리와 함께 중증 소아·청소년 단기 의료 돌봄 시범 사업을 운영 중이라 대구, 경북 지역 환자를 커버해 주고 있는데, 이런 센터가 권역별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


-환자 부모님들께 하고 싶은 말은.


“1년간 운영해 본 결과 의료진이 아무리 많은 의학적 지식을 갖고 있어도 결국 이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는 수년간 아이를 돌봐온 부모라는 결론을 얻게 됐다. 표정만 봐도 아이가 뭘 원하는지 알 수 있는 부모를 의료진이 완벽히 대신할 수는 없는 거다. 이걸 깨닫고는 부모님께 더 많은 자료를 요청드리고 더 적극적인 소통을 하며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최선을 다해 새로운 돌봄 체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만큼 부모님들도 센터와 의료진을 믿어주시길, 또 센터를 통해 조금이나마 삶의 질을 높여갈 수 있으시길 바란다.”



출처(더메디컬 이경석 기자) : https://www.themedical.kr/news/articleView.html?idxno=1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