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 리포트④-2]진통·분만·수술실 최단 거리 배치, 고위험 산모 ‘올인원 진료’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 리포트 ④-2]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응급 대비 전문의 상주···24시간 진료·수술
영상의학과·희귀질환센터와 연계시스템 구축
임신 20주부터 출산 후 4주까지 체계적 치료
40병상 집중치료실·감염격리 입원실도 갖춰
2025.01.02. 더메디컬 이경석 기자(leeks@kakao.com)
누구나 보편적인 의료 서비스를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공공보건의료’의 존재 이유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공공보건의료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적 과제가 됐다. 고령화가 가속화될수록,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벌어질수록 그 중요성은 커지는 추세다. <더메디컬>은 서울대학교병원과 함께 국내 공공보건의료 서비스의 현재를 짚어보는 기획 기사를 10회에 걸쳐 싣는다.
2024.11.25. 더메디컬 이경석 기자(leeks@kakao.com)
서울대병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는 분만실과 수술실, 신생아 소생실 등을 최단 거리에 배치해 응급 상황에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다. [사진=성유숙 기자]
고요하지만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치료실 중앙에 부착된 대형 모니터에는 작은 생명에서 뿜어나오는 활력 징후가 그려낸 파형(波形)이 가득하다. 마흔 개 병상 위, 고위험 미숙아와 중증 신생아가 어렵사리 생을 잇고 희망을 찾아가는 곳. 서울대학교병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내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 Neonatal Intensive Care Unit)이다.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이하 통합치료센터)는 지난 2018년 보건복지부 사업으로 시작했고, 전국 권역별로 20개소(2024년 기준)가 운영되고 있다. 20병상 이상의 신생아 집중치료실과 연간 100건 이상의 분만 실적을 갖춘 상급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선정했는데, 서울대병원 또한 당시 공모에 응했고, 이듬해인 2019년 12월 통합치료센터를 열었다.
40병상 규모 신생아 집중치료실. 아기들의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중앙 집중 관찰 시스템을 비롯한 첨단 의료 장비를 갖췄다. [사진=성유숙 기자]
◇고위험 임산부 통합 치료 모델 구축 = 통합치료센터 지정 사업의 목표는, 주산기(周産期)에 고위험 임산부·태아·신생아가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거다. 주산기는 임신 20주부터 출산 후 4주까지를 말한다. 이때는 임산부와 아이에게 급격한 생리 변화가 나타난다. 그래서 출산까지를 담당하는 산부인과와, 출산 이후 진료를 맡는 소아청소년과의 통합 치료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
결혼과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고위험 임신은 꾸준히 증가세다. 질병관리청과 의료계는 19세 이하 또는 35세 이상의 임신을 고위험으로 분류하는데, 여성의 사회활동이 늘고 결혼이 늦어지면서 35세 이상 여성의 임신과 출산이 늘게 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난임 부부의 증가로 난임 시술이 늘면서 다태아 임신 비율이 높아진 것도 고위험 임신 증가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급격히 줄어든 출산율과 낮은 의료 수가 등의 이유로 분만 병원과 산부인과 관련 인력은 지속 감소세다. 이로 인한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 임산부의 병상 부족과 분만 인프라의 붕괴는 우리 의료계의 심각한 현안으로 지적 돼왔다. 정부가 통합치료센터 지정 사업에 나선 이유다.
서울대병원 가족분만실. 독립된 공간에서 모든 출산 과정을 가족과 함께할 수 있다. [사진=성유숙 기자]
◇산모 10명 중 9명이 고위험군 = 실제로 서울대병원에서 아이를 낳는 산모의 상당수가 고위험 산모에 속한다. 지금은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과 이로 인한 의료진 부족 등으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지만, 서울대병원은 그간 매달 120~130건의 분만을 해왔다. 2023년 서울대병원의 월평균 분만 건수는 119건, 이중 고위험 분만율이 83.7%를 차지했다. 지난 10월엔 89.1%를 기록했다. 산모 10명 중 9명은 고위험 임신이란 얘기다. 통합치료센터 내 병상 가동률 또한 월평균 96% 수준으로 나타났다.
통합치료센터가 일반 산부인과나 소아청소년과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고위험 분만과 응급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시설과 인력에 있다. 먼저 5병상 이상의 산모·태아 집중치료실(MFICU, Maternal-Fetal Intensive Care Unit)과 20병상 이상의 신생아 집중치료실을 갖춰야 한다. 여기에 분만실과 더불어 분만 후 예기치 못한 신생아의 응급 상황에 즉시 대처할 수 있는 신생아 소생실도 필수다.
서울대병원 통합치료센터의 경우 4인실 2실과 감염병 환자 격리가 가능한 1인실까지 총 9병상 규모의 산모·태아 집중치료실과 격리 병상 6개를 포함해 총 40병상 규모의 신생아 집중치료실을 갖췄다. 산모·태아 집중치료실 내에는 고위험 미숙아와 중증 신생아에 대한 응급 수술이 즉시 가능한 2개의 수술실도 마련돼 있다. 또한 신생아 소생실과 가족분만실 3실을 포함한 4개 분만실, 진통실, 회복실, 시술실이 최단 거리에 배치된 올인원(All-in-one) 구조를 구현, 출산 전후에 일어날 수 있는 응급 상황에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게 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지난해 분만실과 산모·태아 집중치료실의 리모델링을 통해 병상수를 증설하고 독립된 공간에서 모든 출산 과정을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분만실을 추가하는 등 진료 환경을 개선했다”며 “산모·태아 집중치료실에 1인실을 마련해 고위험 산모의 감염병 관리가 가능해졌고, 필수 의료 제공에 어려움이 없도록 효율적인 진료 동선과 시설을 갖췄다”고 소개했다.
서울대병원 신생아 집중치료실 내에 마련된 ‘도담둥지’ 입구. 신생아 환자와 가족이 별도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한 공간이다. [사진=성유숙 기자]
◇통합 진료에 중환자실 못잖은 의료 장비 = 시설과 함께 의료 장비 면에서도 차별점을 찾을 수 있다. 서울대병원 통합치료센터는 입원 환자의 현재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중앙 집중 관찰 시스템과 중앙공급식 의료 가스 시설을 비롯해 초음파를 이용한 태아 심음 측정기(Fetal Doppler), 태아 감시 장치(Fetal Monitor), 인공호홉기, 보육기 등 중환자실에 준하는 의료 장비를 두루 갖췄다.
24시간 진료와 수술이 가능한 것 또한 통합진료센터의 특징 중 하나다. 실제로 통합진료센터 지정 요건에는 4명 이상의 산부인과 전문의와 신생아 관련 세부 전문의 2명 이상의 인력 기준이 포함돼 있다. 서울대병원 통합진료센터 역시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마취과 전문의가 365일 24시간 상주하며 언제 발생할지 모를 고위험 산모와 태아, 신생아의 응급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체계적 협진 시스템을 비롯한 통합 진료 또한 강점으로 꼽힌다. 서울대병원 통합진료센터는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간 진료 연계 시스템을 구축, 환자의 진료 정보와 잔여 병상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통합 진료를 제공한다. 또한 영상의학과, 임상유전체의학과, 희귀질환센터 등 임상 영역별 진료 연계 필요시 즉각 협진을 통해 산모와 신생아의 각종 응급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통합진료센터는 고위험 산모와 태아, 신생아의 출산과 치료를 마지막까지 책임지는 권역 최종 의료기관이자 권역 거점 의료기관 역할을 담당한다. 각급 산부인과 병·의원에서 진료 중인 고위험 산모 또는 신생아에게 집중 치료가 필요할 때 전원 치료를 책임지고, 지역 병원과 산모 대상 교육을 제공하는 것 또한 통합진료센터의 역할이다.
◇“의료 약자 동행” 장애 친화 산부인과 운영=통합진료센터 내 산모·태아 집중치료실은 분만 전후에 산모 또는 태아의 위험도가 높아 의사가 집중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때 이용할 수 있다. 다양한 판단 기준이 있지만 대표적인 입실 기준은 ▶임신 37주 이내에 조기 진통이 있으면서 20분 동안 4회 이상 또는 1시간 동안 8회 이상 자궁 수축이 관찰된 경우 ▶임신 37주 이내의 조기 양막(羊膜, 태아를 둘러싼 막) 파열 ▶자궁경부무력증(자궁 경부의 구조나 기능 이상으로 진통 없이 자궁 경부가 저절로 열려 태아가 나오는 질환)으로 응급 수술 전후 경과 관찰이 필요한 경우 ▶쌍태아 수혈 증후군(일란성 쌍둥이의 혈관이 서로 연결돼 한쪽 태아는 혈류 부족이, 한쪽 태아는 혈류 과다가 나타나는 질환) 환자 ▶양수 과다 또는 과소증 환자 ▶자궁 내 발육 지연 ▶38℃ 이상의 고열이 있는 임산부 등이다.
한편 서울대병원은 통합진료센터와 함께 여성 장애인의 산부인과 진료 접근성을 보장하는 ‘장애 친화 산부인과’를 개소·운영 중이다. 장애 친화 산부인과는 여성 장애인이 임신과 출산, 여성 질환 진료 서비스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자 보건복지부가 2021년부터 시행해 온 지정 사업이다. 현재 전국 10개 병원에서 운영 중인데, 서울에서는 서울대병원이 최초로 지정돼 지난 2023년 5월 운영을 시작했고 올해 3월 이대목동병원, 10월 성애병원 장애 친화 산부인과가 추가로 문을 열었다.
서울대병원 장애 친화 산부인과는 통합진료센터와 연계해 365일 24시간 장애인 고위험 임산부의 분만과 응급 진료가 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별도의 전용 진료실을 마련해 장애인 여성의 이용 편의를 한층 높였다. 특수 휠체어와 전동 휠체어 충전기, 휠체어에 탑승한 채 체중을 잴 수 있는 체중계, 이동식 전동 리프트, 성인 기저귀 교환대 등 각종 편의 시설과 장비를 갖췄고 환자 이동 동선에 손잡이와 점자 블록 표지를 설치하는 등 장애인의 산부인과 진료에 불편이 없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출처 : 더메디컬(https://www.themedical.kr/news/articleView.html?idxno=2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