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 리포트④-1]“분만 인프라 줄어드는데 고위험 산모는 늘어···사회적 위기”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 리포트 ④]
박중신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장
전국에 산과 전임의 12명뿐···의료진 공백 우려
4년차 전공의까지 사라져 내년엔 더 줄어들 것
고혈압·당뇨·비만 관리가 고위험 임신 예방책
잘못된 인터넷 정보 맹신 문제···꼭 의사 믿어야
2025.01.02. 더메디컬 이경석 기자(leeks@kakao.com)
누구나 보편적인 의료 서비스를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공공보건의료’의 존재 이유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공공보건의료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적 과제가 됐다. 고령화가 가속화될수록,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벌어질수록 그 중요성은 커지는 추세다. <더메디컬>은 서울대학교병원과 함께 국내 공공보건의료 서비스의 현재를 짚어보는 기획 기사를 10회에 걸쳐 싣는다.
결혼과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고위험 임신 또한 지속 증가세다. 의료계 또한 이런 흐름에 발맞춰 대응책을 모색 중인데, 그 중심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이하 통합치료센터)가 있다. 지난 11월 27일, 서울대병원 대한의원 1층 진료부원장실에서 박중신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장(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산부인과 교수)을 만나 통합치료센터 운영과 남은 과제에 관해 물었다.
-보건복지부 공모 사업 선정으로 통합치료센터가 설치됐다. 서울대병원이 굳이 공모에 뛰어든 이유가 뭔가?
“당시 내부에서도 참여하는 게 맞느냐는 논의가 있었다. 사실 고위험 임신에 대한 대응이야 서울대병원은 일찌감치 해왔던 거고, 좀 열악한 병원들이 참여해서 정부 지원도 받고 해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공공보건의료에 앞장서는 국립대학교병원으로서의 상징성도 있고, 저출산 시대에 공공 필수 의료의 한 축인 산과를 더욱 체계화·활성화한다는 측면에서도 참여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인력 기준이며 대부분의 조건은 이미 충족돼 있었고, 일부 시설을 좀 더 산모 친화적으로 개선해 공모에 참여해 선정됐다.”
-분만 병원이 줄고 있는 추세다.
“병원 입장에서 산부인과는 적자 과다. 출산율은 낮아지는데, 분만실을 둬야 하니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고 필수 인력과 장비에 위험 부담까지 수익만 놓고 보면 여러모로 효율이 낮다. 병원이 아니라 일반 기업이었다면 진작에 없앴어야 할 정도다. 개인 병원이 버티기 어려운 게 당연하다. 이렇게 분만 인프라는 붕괴돼 가는데 고위험 임신은 늘고 있으니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됐다. 서울대병원이 더 많은 고위험 산모와 중증 신생아의 의료 접근성 향상과 건강 증진을 위해 통합치료센터 운영에 나선 것도 이런 위기 극복을 위한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위험 부담을 말하는 건가. 의료 사고?
“그 부분도 맞다. 암을 비롯한 중증 질환은 대부분 인생 후반기에 발생하지 않나. 하지만 산부인과의 경우 신생아에게 문제가 생겨서 소송으로 이어지고 배상하게 되면 금액 단위 자체가 다르다. 다른 과처럼 몇천만 원 선에서 끝나질 않는다. 신생아 때부터 평균 수명까지 최저 임금 따지고 해서 배상액을 계산하면 기본 12억~15억 원이 된다. 물론 그런 일이 없어야겠지만 혹시라도 사고가 생기면 어지간한 개인 병원이나 젊은 의사가 이걸 감당할 수 있겠나. 이런 문제를 정부도 알고 법조계도 알고 있는데 형평성에 예외를 둘 수 없으니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 현실에 의정 갈등까지. 인력 문제도 고민일 것 같다.
“서울대병원이 지금까지는 인력 부분에서 큰 어려움이 없긴 한데,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걱정이다. 원래도 산부인과 중에서 산과, 소아청소년과에서도 신생아과는 지원자가 적은 분야다. 올해 우리나라 전체에 산과 전임의(Fellow)가 12명이었다. 산과 교수가 될 수 있는 인력 풀이 고작 12명이란 거다. 그나마도 이번 사태로 사직한 전임의가 있고, 지금 4년 차 전공의가 없으니 내년엔 더 줄어들 거다. 가뜩이나 지원자가 없었는데 더 심화되진 않을까 우려스럽다.”
지난 12월 6일 오전, 박중신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장이 고위험 산모의 제왕절개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이날 수술을 통해 건강한 쌍둥이가 세상에 나왔다. [사진=성유숙 기자]
-태아나 신생아가 고위험으로 분류되는 건 어떤 경우인가.
“대표적으론 기형을 가진 경우를 들 수 있다. 아기는 문제가 없더라도 엄마의 임신 중독증이나 조기 진통으로 조산하는 경우도 해당된다. 적정 임신 기간을 못 채우고 일찍 나왔다는 것 자체가 아기에게는 굉장한 위험 요인이다. 눈, 귀를 비롯해 뇌 손상까지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분만 진통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사실 전체 태아기에서 가장 위험한 시기가 바로 이때다. 진통 시 자궁이 수축하면서 태아에게 가는 산소의 양이 조금 줄어든다. 대부분의 태아가 잘 견디는데, 간혹 이걸 못 견디는 태아가 있다. 이럴 때는 응급으로 제왕절개 수술을 하기도 한다.”
-가능한 한 ‘제때’ 아이를 갖고 출산하는 게 해결책일까.
“적령기에 임신하고 출산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사회 전반의 추세가 그런 걸 어쩌겠나. 솔직히 우리 애들도 결혼할 수 있는 나이인데 할 생각도 안 한다. 그래도 별걱정은 안 한다. 자기들이 알아서 하겠지 뭐.(웃음) 내가 담당한 가장 나이 많은 산모가 63세였다. 2년 전이었는데,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는 최고령 출산일 거다. 외국에선 70대에 분만한 사례도 있다. 물론 위험하고 권장할 일은 아니다. 다만 요즘 같은 사회 분위기에서 결혼이 늦어진 여성들이 임신을 잘할 수 있을지 지레 겁을 먹고, 주저하거나 포기하는 경우도 있어서 그런 분들에게 조금은 희망을 드리고자 꺼낸 이야기다.”
-이런 상태로 임신을 하면 좀 위험하겠다,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있을까. 고위험 임신의 예방책을 제시한다면.
“대단한 예방책이 있는 건 아니고 사실 상식적인 수준이다. 임신 전부터 고혈압이 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당뇨병 예방에 신경 쓰는 거. 식습관 관리와 적절한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고위험 임신 가능성을 줄인다. 서구에 비하면 아직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영양 상태가 좋아지면서 비만 인구가 늘고 있는 건 우려할 만한 부분이다. 비만 자체가 임신성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고위험 임신을 부르는 한 요인이다.”
-<더메디컬> 지면을 통해 임산부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산부인과뿐만 아니라 모든 의학 분야가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인터넷상에 잘못된 정보가 너무 많다. 특히 임신 관련 분야는 대부분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여성들이 해당되다 보니 안 찾아보는 분이 없을 정도다. 문제는 인터넷상에 떠도는 정보가 다 맞는 게 아니고, 맞더라도 그게 정확히 본인에게 해당하는 정보인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이를테면 조기 진통이 있으면 절대 안정하라는 얘기들이 있는데, 이걸 보고는 화장실도 안 가고 누워서 대소변을 받아낼 정도로 안 움직이는 분도 있었다. 하지만 이건 의학적으로 전혀 근거 없는 얘기다. 오히려 너무 안 움직이면 위험하다. 다리 혈관에 혈전(血栓, 굳은 핏덩이)이 생기고 자칫 혈전이 폐동맥을 막기라도 하면 폐색전증으로 임신부가 사망할 수도 있다. 환자가 공통적으로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많은데 대부분 인터넷에서 본 정보다. 조회수가 높다고 맞는 정보가 아니다. 인터넷보다는 먼저 의사의 말을 믿을 것을 부탁드린다.”
출처 : 더메디컬(https://www.themedical.kr/news/articleView.html?idxno=2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