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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 리포트③-1]특수 구급차에 의료진 3명 탑승···국내 첫 ‘달리는 중환자실’

조회수 : 346 등록일 : 2025-03-18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 리포트 ③-1]

서울중증환자 공공이송센터

응급실 중증 환자 15%가 다른 병원으로 이동

인큐베이터·기관삽관 장비까지 20여종 탑재

365일 24시간 출동···7년간 8000여 건 이송


2024.11.25. 더메디컬 이경석 기자(leeks@kakao.com)


누구나 보편적인 의료 서비스를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공공보건의료’의 존재 이유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공공보건의료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적 과제가 됐다. 고령화가 가속화될수록,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벌어질수록 그 중요성은 커지는 추세다. <더메디컬>은 서울대학교병원과 함께 국내 공공보건의료 서비스의 현재를 짚어보는 기획 기사를 10회에 걸쳐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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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CU의 특수 구급차. 일반 구급차의 1.5배 크기에 중환자용 특수 의료 장비 20여 종을 탑재했다. [사진=성유숙 기자]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따르면 2024년 10월 말 현재 응급실을 갖춘 병원은 전국에 총 525개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의해 지정된 각급 응급의료기관이 411개, 응급의료기관은 아니지만 일정 기준을 갖춘 응급실을 운영하는 응급의료시설이 114개다. 해마다 조금씩 변동이 있지만 전국에 대략 500개 안팎의 응급실이 운영된다고 볼 수 있다.

이 500여 개의 응급실에 한 해 약 1000만 명의 환자가 방문한다. 문제는 모든 응급실에서 중증 환자 치료가 가능하진 않다는 것. 24시간 중증 환자 치료가 가능한 응급의료기관은 70여 개에 불과해 초기 처치 후 시술 또는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해당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경우가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이렇게 응급실을 찾은 응급 환자 중 병원 간 이송을 경험하는 환자가 전체의 10~15%에 달한다. 특히 급성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중증 외상 환자는 4명 중 1명꼴로 병원 간 이송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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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이송 시 특수 구급차에는 3명으로 구성된 전문 이송팀이 탑승한다.

왼쪽부터 SMICU 박소진 간호사, 김주현 응급구조사, 노영선 센터장. [사진=성유숙 기자]

◇중증 환자 이송 책임지는 ‘도로 위 중환자실’ = 이런 중증 환자의 병원 간 이송은 오랜 기간 국내 응급 의료 체계의 취약점으로 꼽혔다. 구급차로 이송 중에 적절한 처치와 모니터링이 이뤄지기 어려워 환자 상태가 나빠지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환자 이송을 상당 부분 민간 이송업체에 의존해 온 것 또한 문제점으로 꼽힌다. 민간 구급차의 경우 법률상 거리에 따른 이송료만 청구할 수 있다. 환자에게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도 비용을 청구할 수 없으니 응급 처치를 하면 할수록 손해다. 현 의료 수가 체계에서 민간 구급차의 의료 서비스 수준 향상을 기대하긴 어렵다.

결국 중증 환자의 병원 간 이송 중 상태 악화를 막기 위해선 공공보건의료 영역의 해결책이 필요했다. 중환자실 수준의 장비를 탑재하고, 전문 처치가 가능한 의료진이 탑승하는 ‘특수 구급차’의 필요성. 

서울중증환자 공공이송센터(SMICU, Seoul Mobile Intensive Care Unit)가 출범하게 된 이유다.

서울중증환자 공공이송센터(이하 SMICU)는 2015년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에서 2개월간의 시범 운영을 거쳐 2016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본격 운영되기 시작했다. 국내 최초의 ‘달리는 중환자실’의 탄생이다.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가 주관하고, 서울대학교병원이 운영을 맡았다. 365일 24시간 출동 체계를 갖춘 SMICU의 핵심은 특수 구급차다. ‘달리는 중환자실’이라는 별명처럼 구급차 안에서 중환자실 수준의 모니터링과 의료적 처치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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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구급차와 나란히 서있는 특수 구급차. 크기부터 차이가 확연하다.[사진=성유숙 기자]


◇8000여 건 이송···환자 사망률 큰 폭 감소 = 일단 크기부터 다르다. 일반 구급차의 1.5배 규모. 특수 구급차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1급 응급구조사, 간호사까지 3명으로 구성된 전문 이송팀이 탑승하고 중환자용 특수 의료 장비와 응급 의약품을 탑재했다. 특수 구급차에 실린 의료 장비는 환자의 혈압과 맥박, 산소포화도 등을 실시간 감시할 수 있는 ‘활력 징후 모니터’를 비롯해 이동형 인공호흡기, 이동형 혈액 검사기, 이동형 초음파, 기계식 흉부 압박기, 고유량 산소 공급기, 목표 체온 유지 치료 장치, 이동형 인큐베이터, 혈액 급속 주입기, 기관 내 삽관 장비 등 20여 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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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CU에서 사용하는 의료 장비. [사진=서울대병원 제공]



서울에서 응급실을 찾는 환자는 연간 약 150만 명. 이중 심정지 환자가 6000여 명, 중증 외상 환자 3만8000여 명, 급성 뇌졸중 환자가 3만2000여 명으로 파악된다. 이런 중증 환자의 10~15%가 적절한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아 다시 이동하게 되는데, SMICU는 이 과정에서 수준 높은 이송 서비스를 제공해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실제로 2022년 실시한 SMICU 유효성 분석에 따르면 SMICU가 이송한 중증 환자는 다른 이송 수단을 이용한 중증 환자에 비해 24시간 내 병원에서의 사망률은 45%, 응급실 내 사망률은 8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SMICU는 2016년부터 2023년 말까지 7년간 총 7070건의 중증 환자의 병원 간 이송을 책임졌다. 지금은 8000건을 훌쩍 넘어섰고 하루 5~6건의 이송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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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CU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중앙스테이션(서울대학교병원)을 비롯해 서울에서 4개 팀을 운영하고 있다.

그림은 SMICU 서울 4개 거점의 각 위치가 표시된 지도. [그림=서울대병원 제공]



◇서울 4개 거점 운영, 2022년 수도권 이송 확대 = 코로나19 중증 환자의 병원 간 이송을 전담하면서부터는 수요가 크게 늘기 시작했다. 2020년 3월 6건에 불과했던 코로나19 중증 환자 이송 건수는 2021년 하반기 631건으로 증가했다. SMICU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것도 이 무렵부터다. 1대뿐이었던 특수 구급차는 2020년에 1대, 2022년 2대를 도입해 총 4대를 갖추게 됐다. SMICU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중앙스테이션(서울대학교병원)을 비롯해 동북출동거점(서울의료원), 서남출동거점(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강남스테이션(서울특별시 인재개발원)에 4개 팀을 운영 중이다. 특수 구급차와 전문 이송팀이 365일 24시간 대기하면서 언제 발생할지 모를 중증 환자 병원 간 이송에 대응하고 있다. 단, 현재는 의료계와 정부간 갈등으로 인한 전공의 파업 등의 여파로 서남출동거점은 운영을 중단해 3개 팀으로 운영 중이다. SMICU 측은 현안이 마무리되는 대로 다시 4개 팀을 정상 운영할 방침이다.

2022년 11월부터는 이송 지역을 서울 내에서 수도권까지 확대했다. 계기는 역시 코로나19였다. 전 세계를 휩쓴 감염병 사태로 수많은 환자가 목숨을 잃는 상황에서 서울만 고집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현재 SMICU는 서울을 비롯해 인천광역시와 경기도까지 수도권 전역의 중증 환자 병원 간 이송을 책임지고 있다. SMICU의 사업 영역은 환자 이송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 밖에도 ▶중증 환자 전문 이송 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통한 전문 인력 양성 ▶권역별 이송 체계 구축을 위한 인적 자원 마련 ▶특수 구급차 등 중환자 의료 장비의 운영 및 관리 체계 개발 ▶중증 환자 이송 체계 개선 및 효율적 운영 체계 구축 ▶취약계층 환자 공공 이송 서비스 제공 등을 담당하고 있다. 재난 시 의료 지원도 SMICU의 역할 중 하나다. 2년 전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것도 SMICU의 특수 구급차다.


◇“집에서 안 돼요” 의료진만 요청 가능 = SMICU는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 먼저 알아둘 건 일반 구급차처럼 119에 전화해 이용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집에서는 못 부른다.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할 수 없다는 말이다. 중증 환자 중에서도 응급 이송이 필요한 긴박한 상황에 놓인 환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의료진만 요청할 수 있고 응급실에서 응급실, 중환자실에서 중환자실, 병실에서 중환자실 간 이송만 할 수 있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지금은 의료기관 대부분이 SMICU의 존재를 알고 있지만 SMICU는 환자나 보호자가 주치의에게 긴급 상황 시 출동 요청을 해줄 것을 미리 부탁하는 등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송 대상 환자는 ▶심정지 후 심장 박동이 회복된 환자로 소생 후 통합 치료가 필요한 경우 ▶중증 외상 환자 ▶의식 변화 또는 국소 신경학적 이상이 급성으로 발병한 환자 중 뇌졸중이 의심되거나 진단된 환자 ▶급성심근경색이 의심 또는 진단된 환자 ▶출혈 등으로 쇼크 상태인 환자 ▶호흡 부전 등으로 인공호흡기를 부착하거나, 기도 삽관으로 호흡이 유지되는 환자 ▶기타 중증 상태로 전문적인 모니터링과 처치가 필요한 환자 등이다. 경증으로 1, 2차 의료기관으로 옮기는 경우를 비롯해 병원 간 이송이 의학적 필요 외의 사유인 경우, 즉 환자의 거주지나 경제적인 이유의 이송에는 SMICU를 이용할 수 없다. 의뢰한 기관이 의원, 요양원이거나 이송받는 기관이 응급의료기관이 아닌 요양원, 재활병원, 정신병원 등인 경우도 이용할 수 없다. 특수한 차량인 만큼 더 비싸진 않을까? 이용 요금은 관련 법률에 근거해 이동 거리에 따른 이송료만 환자에게 청구된다. 일반 구급차 이용료와 동일하다.

SMICU는 국내에 유일무이한 중증 환자 전문 이송 기구다. 중요성이며 효용, 인구 고령화에 따라 점차 늘어날 수요를 생각하면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이고 전국 단위의 확대 구축 또한 간과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로 꼽힌다. 물론 이를 위해선 정부 차원의 지원을 비롯해 각 지자체와 의료기관의 협력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SMICU가 미래 한국의 중증 환자 이송 체계 구축을 위한 주춧돌을 놓고 있다.


출처 : 더메디컬( https://www.themedical.kr/news/articleView.html?idxno=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