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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 리포트①-1]아픈 아이 잠깐 맡길 곳 찾나요? 도토리하우스로 오세요

조회수 : 275 등록일 : 2025-01-21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 리포트①] 첫돌 맞은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


인공호흡기·기도 흡입 필요한 중증 소아환자 가족 대신 ‘24시간 돌봄 서비스’ 국내 첫 도입 의료적 처치 가능···최대 7박8일까지 이용 간병 지친 가족 삶 보듬는 공공의료 새 지평


2024.10.07. 더메디컬 이경석 기자


누구나 보편적인 의료 서비스를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공공보건의료’의 존재 이유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공공보건의료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적 과제가 됐다. 고령화가 가속화될수록,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벌어질수록 그 중요성은 커지는 추세다. <더메디컬>은 서울대학교병원과 함께 국내 공공보건의료 서비스의 현재를 짚어보는 기획 기사를 10회에 걸쳐 싣는다


도토리하우스1

‘공공보건의료기관’ 하면 흔히 보건소 정도를 떠올리나 생각보다 범주가 넓다. 권역별 심뇌혈관질환센터와 외상센터, 암센터를 비롯해 서울대학교병원을 포함한 각 국립대학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과 지방 의료원 등 다양한 의료기관에서 공공보건의료를 담당하고 있다. 생각보다 많다고는 해도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게 우리 현실이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여러 국가가 공공보건의료를 중심으로 의료 시스템을 구축해 온 반면 우리나라는 민간 병원 중심의 의료 환경이 발달했다. 단순 수치로만 비교하자면 민간 병원이 90%가량을 차지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공보건의료 부문에서 담당할 범주에, ‘의료 취약 계층’이 발생한다. 경제적인 이유나 부합하는 의료기관 또는 서비스의 부재, 환자를 돌볼 여력이 없는 경우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보편적 권리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왔다.




◇중증 환아 24시간 케어, 공공보건의료 새 지평=서울대학교병원이 운영하는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서울 종로구 창경궁로22길 19)’는 그중에서도 24시간 의료적 돌봄이 필요한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들에게 주목한다. 병원 치료 이후에도 인공호흡기와 같은 의료기기에 의존해야 하고 보호자의 손길이 늘 필요한 아이들, 그리고 환자를 돌보느라 몸도 마음도 지쳐버린 가족을 위해 마련된 국내 최초의 독립형 ‘단기 의료 돌봄 센터’다.


한동안 기승을 부리던 늦더위가 반가운 비 소식과 함께 한풀 꺾였던 지난 9월 20일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를 찾았다. 아이보리 색상의 산뜻한 외관부터, 환아들이 입원해 있는 일반 병원과는 달라 보였다. 병실 분위기도 사뭇 색다르다. 간호사는 병상에 누운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놀이방처럼 꾸며놓은 병실 한편에선 자원봉사자와 아이가 마주 앉아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중증 환아 24시간 케어, 공공보건의료 새 지평=서울대학교병원이 운영하는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서울 종로구 창경궁로22길 19)’는 그중에서도 24시간 의료적 돌봄이 필요한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들에게 주목한다. 병원 치료 이후에도 인공호흡기와 같은 의료기기에 의존해야 하고 보호자의 손길이 늘 필요한 아이들, 그리고 환자를 돌보느라 몸도 마음도 지쳐버린 가족을 위해 마련된 국내 최초의 독립형 ‘단기 의료 돌봄 센터’다.


한동안 기승을 부리던 늦더위가 반가운 비 소식과 함께 한풀 꺾였던 지난 9월 20일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를 찾았다. 아이보리 색상의 산뜻한 외관부터, 환아들이 입원해 있는 일반 병원과는 달라 보였다. 병실 분위기도 사뭇 색다르다. 간호사는 병상에 누운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놀이방처럼 꾸며놓은 병실 한편에선 자원봉사자와 아이가 마주 앉아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도토리하우스4


◇단기 돌봄 서비스로 가족 번아웃 막는다=이렇듯 도토리하우스는 설립 목적 자체가 일반 병원과 다르다.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에 대한 공공보건의료 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환자 가족의 육체적·심리적 소진과 그로 인해 환자에게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예방하는 데 초점을 뒀다. 환자에 대한 의료적 돌봄은 기본이고, 환자 가족의 삶의 질 향상에 주목한 새로운 형태의 의료 서비스인 것. 실제로 도토리하우스의 운영 목표에는 ‘가족 소진 방지’와 ‘환자와 가족의 정서 지원’ 항목이 포함돼 있다. 아이가 단기 의료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동안 가족은 휴식을 취하며 ‘번아웃’에 빠지지 않도록, 다시 일상을 이어갈 힘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현재 운영 중인 환자 가족에 대한 정서 지원 서비스로는 주말을 이용한 환아의 형제, 자매 대상 프로그램이 있다. 아픈 아이가 있으면 상대적으로 부모 관심에서 벗어나기 마련인, 그래서 소외감을 느끼는 환아의 형제, 자매들이 도토리하우스에 모여 함께 얘기하고 놀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고 있다.


도토리하우스는 서울대학교병원 인근 모 호텔의 주차장 부지를 사서 새로 지었다. 4층 규모이고 창문이 5각형, 4각형이다. 건물 외관의 기하학적 모양이 눈에 띈다. 1층은 로비, 2층에는 사무실과 상담실을 비롯해 각종 정서 지원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단풍잎 꿈터’와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 목욕 시설인 ‘샘물 목욕실’이 있다. 욕조는 이동이 가능해 병실에서부터 환아를 싣고 올 수 있고 낙상 방지를 위한 난간과 리프트 시설을 갖췄다. 3층과 4층에는 쉼터와 병실이 자리 잡았다. 이용자와 의료진의 수급 상황을 고려해 현재 12개 병상을 최대치로 놓고 운영 중이다. 의료진은 센터장을 비롯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6명과 간호사 19명, 간호 보조 역할을 담당하는 간호운영기능직 1명과 의료사회복지사 2명이 있다. 여기에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에 대한 돌봄 경험과 이해도가 높은 자원봉사자를 선발해 환아들에게 다양한 놀이·문화 활동을 제공한다.

도토리하우스5



◇‘평소 내 집처럼’ 일과·환경까지 꼼꼼하게=2023년 10월 개소 이후 지난 8월 말까지 도토리하우스의 단기 의료 돌봄 서비스를 이용한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는 총 201명, 중복 이용까지 더한 이용 건수는 총 401건이다. 이용자는 출생 시 충분한 호흡이 부족해 뇌 손상이 온 경우가 가장 많고, 그밖에 희귀·난치 질환에 해당하는 여러 증후군 또는 사고 등으로 뇌에 손상을 입은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처음엔 수요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이용자 수보다는 이용자의 중증도가 훨씬 더 높았다.


아직 홍보가 덜 된 측면도 있지만 보호자인 부모들의 ‘심리적 저항감’이 이용을 꺼리게 되는 큰 이유라는 게 류민주 수간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아무리 의료진이라도 수년간 아이를 돌봐온 부모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우려, 내가 좀 쉬겠다고 아이를 맡겼다가 행여나 잘못됐을 때 갖게 될 죄책감 등이 이용을 꺼리게 만든다”며 “의료적 처치 없이 주변 사람이 대신 돌봐줄 수 있는 경우라면 단기 의료 돌봄이 필요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도토리하우스를 찾는 환아들은 중증도가 높기 마련”이라고 했다. 이렇다 보니 한 번 서비스를 경험해 본 부모가 안심하고 다시 찾는 경우가 잦다. 새로 찾아오는 환아 가족도 우연한 계기로 알음알음 알게 됐다는 경우가 많았다. 류민주 수간호사는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를 단기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시설이 있다는 게 더 많이 알려져야 할 것 같다”며 “각 병원의 의료진들도 맡고 있는 환자의 보호자나 가족 중 휴식이 필요한 분들에게 도토리하우스를 소개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부모들이 갖는 이러한 심리적 장벽은 도토리하우스의 의료진 또한 공감하는 부분이다. 의료진들은 1년여에 걸친 운영을 통해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만큼 돌볼 수는 없다는 걸 절감했다”고 입을 모은다.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한 노력은 다채롭다. ‘24시간 집에서 돌보는 것처럼’이 도토리하우스의 운영 목표인 만큼 이를 위해선 챙길 게 한둘이 아니다. 타 병원에서 진료 중인 환아의 경우 전체 의무 기록을 받아 샅샅이 살피는 건 기본. 아이의 표정이며 몸짓이 의미하는 바를 파악하기 위해 부모와의 꼼꼼한 상담은 물론이고 아이의 일상이 담긴 동영상을 전달받아 보고 분석하는 작업 또한 필수다. 하루 일과표도 받아 가급적 거기에 맞춰 돌본다. 밥과 약은 하루에 몇 번 몇 시에 먹는지, 평소 생활하는 온도며 잠들 때 조명은 어느 정도인지를 하나하나 살펴 집에서의 생활 리듬이 크게 바뀌지 않도록 배려한다. 말 그대로 개별 ‘맞춤형’ 돌봄이다. 언뜻 듣기에도 일반 의료기관에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다.


도토리하우스6


◇한국형 단기 의료 돌봄 체계 모색 1년=시행착오도 숱하게 겪었다. 입원 환자에 대한 의료진의 간호·간병이 기본인 외국과 달리 보호자가 상주하며 간병하는 게 보편적인 국내 의료 환경상 환아를 이런 식으로 종일 케어해 본 경험이 전무했다. 열과 성을 다해 신나게 놀아줬는데 자극에 민감한 아이가 외려 아팠던 일은 아찔한 경험이었다. 감기만 걸려도 중환자실에 가야 할 만큼 중증도가 높은 아이들이었다. 중환자 의료와 어린이집 사이의 그 어딘가. 그 낯선 간극을 오가며 특별한 돌봄 노하우를 쌓아온 지 이제 막 1년이 지났다. 3년의 시범 사업 기간 중 3분의 1이 지난 지금 도토리하우스는 여전히 국내 의료 환경에 적합한 중증 소아·청소년 단기 의료 돌봄 체계를 모색하고, 구축해 가는 중이다. 중증 장애를 갖고 살아가야 하는 소아·청소년을 비롯해 24시간, 또는 수시로 의료기기에 의존해야 하고 돌봄이 필요한 국내 환아와 가족은 어림잡아 5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에게 잠깐이나마 쉼과 평범한 일상을 제공하고 삶의 질을 높여주는 공공보건의료의 역할과 필요성. 이제 첫걸음을 뗀 도토리하우스의 행보에 의미를 더하게 되는 이유다.


도토리하우스는 의료적 돌봄이 필요한 만 24세 이하 중증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번에 최장 7박 8일, 인당 연간 30일까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폐렴 등 급성기 질환이 없는 상태로 스스로 이동이 어렵고 인공호흡기, 산소 흡입, 기도 흡입, 경장 영양, 자가 도뇨 등의 의료적 처치가 한 가지 이상 필요한 경우 이용할 수 있다. 이용 방법 등 자세한 사항은 전화(02-2072-1758)로 문의하면 된다.


출처(더메디컬 이경석 기자) :  https://www.themedical.kr/news/articleView.html?idxno=1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