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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헌기교수

내분비학의 산 역사 민헌기 교수


민헌기교수한국 내분비학의 역사는 남곡(南谷) 민헌기 교수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틀림이 없을 것이다. 민헌기 교수가 1951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6・25 한국전쟁 중에 군 복무를 마친 다음, 1954년 서울의대 내과학교실 조교로 복귀했을 때만 해도 한국 의학은 황폐한 불모지였다. 

당시 다른 분야의 다른 선구자들과 마찬가지로 민 교수에게 주어진 사명은 교실을 복구하여 내과학 발전의 기틀을 다지는 것이었다. 1950년대 중반 미국으로 유학 간 동생이 보내준 해리슨 제2판 내과 교과서를 받아 든 민 교수는 서구 내과학의 방대함과 새로움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당시 국내 의료의 관심이 결핵이나 기생충, 장티푸스와 같은 몇 가지 질병에 국한돼 있었고, 내분비질환은 대표적인 당뇨병 환자조차 보기도 어렵던 시절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문화에 대한 문화적 충격이었을 것이다. 

당시 결핵 환자를 주로 진료하던 민 교수는 이 교과서를 통해서 ‘Endocrinology’라는 용어를 처음 접하게 되는데, 학술적인 이론을 임상에 연결시킬 수 있는 내분비학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된다. 결국 이 책은 의사로서 민 교수의 진로를 바꿔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내분비학을 공부하겠다고 결심한 민 교수는 6.25로 황폐해진 이 땅에 서구의 의학을 도입하고 토착화하는 일에 매진하게 된다. 

1961년 전임강사로 임용된 후 30년이 넘게 내과학교실과 내분비대사내과의 발전을 위해 공헌했다. 1975년 7월부터 1982년 7월까지 내과학교실 제4대 주임교수 및 과장을 역임했고, 1970년부터 1979년까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주치의를 맡았다. 대한당뇨병학회와 대한내분비학회 회장을 역임하였고, 이외에도 대한골대사학회 회장, 대한류마티스학회 회장을 역임할 정도로 내과학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졌으며 세계당뇨병학회 이사, 세계당뇨병학회 서태평양지구 부회장, 회장 및 Diabetes Research and Clinical Practice 지의 편집위원 등을 역임하면서 활발한 국내외 학술 및 연구 활동을 했다. 1994년 2월 정년 퇴임하였다.

평생 환자를 진료할 때 징후와 증상을 객관적이고 조직적으로 깊이 관찰한 다음 생리학적인 지식, 특히 내분비학적인 지식에 근거하여 검사실 소견과 비교하면서 논리적으로 진단과 치료에 임해왔다는 것이 그의 제자들의 한결 같은 증언이다. 또한, 민 교수가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외래에서 환자를 진료할 때 항상 책을 옆에 두고 활용했다는 것 역시 잘 알려져 있다. 학문과 경륜이 이미 경지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를 보면서 의심이 드는 부분이나 불확실한 기억이 있으면 책에서 그 내용을 꼭 확인하고야 마는 민 교수의 철저한 임상 태도에서 제자들은 기본에 충실한 대가의 풍모를 보고 배웠을 것이다. 

이러한 자세로 진단과 치료에 임하면서 검사시설이 미비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한국 최초의 증례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중 대표적인 예가 1960년대 말의 원발성 알도스테론증의 발견이었다. 호르몬 검사나 발달된 이미지 진단법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열악한 진료 조건에서 원발성 알도스테론증을 정확히 진단하여 수술을 받게 했던 일화는 후학들 사이에서 하나의 신화로 남아 있다. 1984년에 부신 종양의 100예 이상을 모아 임상적 특성을 보고한 것을 위시로 여러 희귀 내분비질환에 임상상을 정리하여 보고하면서 우리 나라 내분비학의 토대를 이루었다. 민헌기 교수의 희귀 내분비질환에 대한 경험과 열정은 1979년부터 내분비연구회(월례집담회)와 이를 기반으로 한 1982년 대한내분비학회의 창립을 이루었다. 

또한, 대한내분비학회가 창립될 무렵인 1980년대부터 국내에 당뇨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한국인 당뇨병 특성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이때 벌써 민 교수는 서구 학자들이 기술하는 당뇨병과 동양에서 관찰되는 당뇨병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역설하였다. 이 문제는 오늘날 국내는 물론 국제 당뇨병학계의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진료 및 연구뿐만 아니라, 후학들에 대한 교육에의 열정을 보였다. 학생 강의를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고 매번 집담회에 참가하기 전 반드시 교과서와 최근 잡지로부터 지견을 보충하여 개념을 정립 강화해 가는 모습은 제자들에게 큰 귀감이 되었다. 매주 내분비학 연구회를 운영하여 넓은 도량과 논리적 사고방법에 접할 수 있도록 하여 훌륭한 후학들을 양성하였고, 국내 내분비학의 초석을 탄탄하게 쌓고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하였다. 현재 국내 내분비학을 이끌고 있는 많은 중견 학자들이 민헌기 교수의 직계 제자들이다. 아무도 가본 적 없는 한국 내분비학을 앞서 개척한 선구자이자 내분비학의 산 역사인 민헌기 교수는 현재까지도 많은 후학들에게 지혜와 가르침을 주는 영원한 스승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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