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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규 교수의 컬럼

[과학으로 세상보기] 인간 불사의 시대 정말 오나

조회수 : 858 등록일 : 2020-10-26

인간 불사의 시대 정말 오나


보건복지부가 생명윤리법 시안을 제출해 장기를 생산하도록 허용할 뜻을 비치고, 과학기술부가 줄기세포 연구를 프런티어 사업의 하나로 선정하자 생명과학계가 인간복제를 둘러싸고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인간 체세포 복제에 성공하였다던 미국의 생명공학회사 고등세포기술(ACT)이 제대로 기능을 하는 콩팥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사람에게는 콩팥 두개가 있어 혈액의 노폐물을 걸러내 소변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데, 콩팥이 망가지면 몸이 붓고 노폐물이 쌓여 결국 숨이 차서 죽게 된다. 최선의 치료는 새로운 콩팥을 심어주는 것이나, 죽은 후에도 콩팥을 기증하겠다는 사람은 드물다.


소의 귀에서 세포를 얻고, 세포의 핵을 뽑아내 핵을 제거한 난자에 넣어 소를 복제하고, 여기서 콩팥을 만들 수 있었으니까, 환자의 귀에서 얻은 세포로부터 환자에게 맞는 콩팥을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콩팥을 못쓰게 된 환자들이 1만5천여명이 있다.


콩팥이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드물고, 한 달에 10~12번 소위 피를 거르는 치료를 받는 것이 차선책인데, 그나마 한번에 15만원이나 들기 때문에 3분의1은 치료를 제대로 못 받고 죽으며,3분의1은 좀 값싼 복막투석으로 살아간다.


ACT의 방법은 소의 난자에 정자를 결합시켜 태아를 만드는 생식복제(reproductive cloning)에 해당해 윤리적 측면에서 사람에게 허용될 수 없고, 줄기세포를 이용해 콩팥을 만들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세포 몇 개면 되는 골수.췌장 소도.신경세포 등의 이식은 비교적 간단해 조만간 성공소식이 보도될 것이다. 간단하다지만 죽는 사람을 살리고, 하지 마비로 못 움직이는 사람을 걷게 하는 기적이 일어난다.


인간의 생명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그 평등을 기준으로 사회의 가치체계를 정립해온 정신적 지도자들은 그래서 엄청난 딜레마를 맞이하고 있다. 환자들의 바람도 들어줘야 하지만, 인간을 상업화하도록 허용해 존엄성을 해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치료적 복제(therapeutic cloning)가 어차피 '폐기되고 있는'여분의 배아를 사용해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세포덩이를 만들어 생명을 구하는 것으로, 지극히 인도적인 행위이며 인간 전체를 복제하는 (무성)생식과는 다르다고 호소한다.


그러나 깊이 따지면 삶과 죽음에서처럼 그 경계가 불확실한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정치인들은 어디에 선을 그어 (뇌사를 받아들이듯)이 새로운 과학적 발달을 수용할지 고심하고 있다.


이런 혼란 속에 ACT 연구자들은 난자로부터 정자를 수정하지 않고 태아를 키워내는 단성생식(parthenogenesis)에 성공하고 있다. 여기서 얻은 줄기세포를 이용해 신경세포를 만들 수 있었다.


이미 젊은 여성들이 돈을 받고 난자를 팔고 있고, 수정없이 난자를 활성화 해 줄기세포를 만들기 때문에,'수태된 때로부터'인간으로 규정하고 논리를 전개해 온 일부 윤리학자들의 비판을 피할 수 있다. 아무튼 기적과 같은 의학 혁명이 계속돼 사람들이 무슨 병으로든 잘 죽지 않는 시대를 걱정해야 할 때가 오고 있다.


李弘揆 <서울대 의대 교수.내분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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