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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규 교수의 컬럼

[과학으로 세상보기] 여성의 다이어트

조회수 : 1,179 등록일 : 2020-10-26

여성의 다이어트


꽤 오래 전 유행한 변진섭의 '희망사항'이란 노래에 "밥을 많이 먹어도 배가 안 나오는 여자"라는 가사가 포함돼 있다.


적게 먹어도 살이 찌는 비만한 사람이 에너지 효율이 높은 사람이라면, 많이 먹고 많이 소모하는 에너지 효율이 나쁜 사람이 더 좋을까? 아마 출력이 큰 차에 비유하면 될 것 같다.


엔진이 크면 다른 모든 부품도 크고 강해져야 하는데, 엔진의 힘이 좋으면 모든 작업을 쉽게 할 수 있지만 그만큼 차체의 다른 부분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


기름을 많이 소모하는 개체는 힘이 좋은 건강 체질이지만 에너지가 귀하고 값이 비싸지면 살아남기 어렵다. 반대로 적게 먹고도 살이 찌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사람은 연약하게 만들어져 있으나 먹을 것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생존경쟁에 유리하다.


이 상식적인 이론을 절약유전자 가설이라고 부른다. 수천년 동안 영양부족에 적응돼 살아온 사람들은 에너지를 알뜰하게 이용하는 유전자들을 많이 갖고 있는데, 현대화 과정에서 영양이 과다하면 비만해진다는 것이다.


미국 애리조나 사막에 사는 피마 인디언이 현대적 생활을 하면서 하나같이 비만해지는 것을 보고 유전학자 제임스 닐이 제안한 이론이다.


한편 영국 의학연구위원회의 데이비드 바커는 1980년대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의 주민들이 심장병으로 더 많이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태어날 때 몸무게가 적을수록 태어난 직후 더 많이 죽을 뿐 아니라 작게 태어난 아기는 어른이 돼 쉽게 비만해지고 당뇨병.심장병에 잘 걸린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다음과 같은 절약체질 가설을 세웠다. 임신 도중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엄마의 뱃속에서 영양실조를 겪으며 자란 아기는 체중이 적고, 에너지를 덜 소비하는 체질을 갖고 태어난다.


이 체질은 각인이 돼 평생 지속되는데 태어난 이후의 세상이 영양부족이면 잘 적응하지만, 영양이 과다하고 노동량이 줄어드는 환경에서는 쉽게 비만해지고 성인병이 생긴다.


영양실조를 겪으면서 태어난 아기에게 정상적인 영양을 공급해도 어른이 된 후 낳는 아기의 체중은 조금 작다. 이 아기가 잘 먹고 자라서 다시 아기를 낳으면 거의 정상적인 아기를 낳는다. 비만해진 동물은 영양과다에 적응되는 후손을 낳고, 적정 체구에 도달하면 더 이상 비만해지지 않는 것이다.


필자는 적정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체구의 크고 작음에 따라 에너지 소비와 관련해 일종의 규모의 법칙이 성립된다는 보편대사율의 법칙을 소개한 적이 있다.


종에 따라 환경에 적응된 적정 체구는 유지돼야 하며, 일시적으로 영양실조를 겪더라도 대를 이어 체구는 회복된다.


살이 찌는 것은 영양이 충분한 환경에 적응하는 신체반응으로, 더 건강한 2세를 잉태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먹고도 살이 안찌는 여성은 이미 준비가 돼있다고 할 수 있는데, 체중이 늘어야 할 젊은 여성이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좋은 짝을 찾으려는 본능 때문이겠지만 체중이 적은 건강하지 않은 아기를 얻을 가능성을 높인다.


수백만명의 어린이가 영양실조로 죽거나 고통받는 북으로 눈을 돌리면 우리가 최소 3대를 거쳐 다뤄야 할 업보를 안았음을 알게 된다.


이홍규 <서울대 의대교수.내분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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