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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규 교수의 컬럼

[과학으로 세상보기] 고엽제와 질병간의 인과 관계

조회수 : 720 등록일 : 2020-08-21

증거 못밝힌 損賠 소송 과학 한계만 드러내…역사 판단으로 해결을

5월 23일 월남전 참전군인 1만7천여명이 미국 고엽제 제조회사들을 상대로 낸 5조원대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서울지방법원은 "피고회사들이 제조.납품한 고엽제와 원고들의 질병들 간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며 원고패소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고엽제가 이 사건 질병들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밝혀져야 하고(일반적 인과관계) 실제 월남전 참전군인들이 월남에서 질병을 유발할 정도로 충분히 고엽제에 노출됐다고 인정돼야 한다(개별적 인과관계)"고 판시했다.


이 판결은 과학의 현실적 한계를 잘 드러내고 있다. 다이옥신이 인류가 만들어 낸 가장 독한 물질이고, 우리 군인들이 월남에 가서 노출된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그러나 그 고엽제가 퇴역한 병사들에게 특정질병을 일으켰는지, 일으켰다면 어느 정도 발병에 기여했는지를 판단할 '과학적' 증거 제시는 불가능하다.


칼 포퍼는 과학은 실험을 해서 방증할 수 있는 것을 대상으로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람을 대상으로 고엽제를 먹이는 실험이 불가능하고, 사람마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일생을 살게 마련이며 유전적으로도 조금씩 다른 데가 있어서, 방증 가능성이 없다. 즉 과학의 대상이 아니라 역사적 판단대상에 가깝다.


'과학'은 신대륙이 발견되면서 서구에 수많은 새로운 것들-특히 동식물들-이 반입되면서 사물들을 비슷한 것끼리 묶어 그 실체를 알고자 한 데서 태동하였다.


린네는 두 단계로 이름을 붙이는 2명법을 이용한 분류(科)학을 도입함으로써, 새로운 대상을 지칭하고 그 실체에 대해 담론할 틀을 마련해 주었다. 이것으로 과학적 지식의 보편성이 부여됐다.'과학'은 못 보던 것, 모르던 것을 알기 위해 고안된 이해의 틀이었다.


사람들이 파악할 수 있게 된 단위실체들의 종류가 엄청나게 늘어나자, 왜 그러한 존재 패턴이 존재하는지가 의문으로 등장했다. 사람이 가장 먼저 관심을 끌었다.


다윈은 갈라파고스 섬에 사는 생명체들의 존재 패턴을 관찰하고,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생명체들이 자연선택 프로세스에 따라 진화해 온 결과라는 답을 주었다. 최근 샌타페이 연구소의 스튜어트 카우프만은 어떤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결국 현존하게 되는 것이라고, 진화론의 의미를 무생물계로 연장했다.


진화론은 현존하는 개체들의 존재역사를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존재패턴에 대한 사이언스다. 그래서 진화론의 담론대상은 대부분 방증 가능성이 없고, 역사에 가깝다.


샌타페이 연구소는 이러한 자연계의 존재 패턴을 컴퓨터를 이용해 시뮬레이션하여 관찰하는 새로운 과학을 창조하고 있다.


가령 인공생명을 컴퓨터 안에 창조해 진화하게 하고, 환경과의 상호작용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적응하는지, 생명에 가한 부분적인 변화가 전체에 어떤 영향을 나타내는지, 그 프로세스와 결과를 관찰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또 다른 기계를 이용해 이제까지 못 보던 자연의 진화현상, 즉 역사를 보는 과학(복잡성의 과학)을 만들고 있다.


李弘揆 서울대 의대 교수.내분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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