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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헌기 교수의 사진한장

내분비학 선도자이신 민헌기

조회수 : 839 등록일 : 2020-08-21

1988년은 6공화국의 시작과 5공화국의 뒷정리, 올림픽 그리고 북방외교의 시작 등으로 기록될 중요한 한해이겠으나, 내겐 두분 스승 청봉 이문호 선생님의 떠나심과 남곡 민헌기 선생님의 회갑이 있었던 해로 기억될 것이다.

 88년은 또한 대학졸업 20주년이 된 해이고 또 20년후면 내가 대학을 떠날 나이가 되는 해이고 보면, 여러 가지 하나의 분수령이 되는 해라고도 하겠다. 최근 이러저러한 기회에 지난 20년을 되돌아보게 되었는데 이때마다 부모님께 얻은 육체에 여러 선생님들께 얻은 이데아들이 모여 이루어진 실체가 “나”라는 자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중 내가 내분비학을 전공하게 된 데에는 이 두분 선생님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고 보면, 두 분 선생님의 정년과 회갑을 맞으심에 감회가 남다르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민선생님으로부터 항상 애써 배우려고 한 것은 선생님께서 환자를 진료하심에 있어 증후를 객관적이고 조직적으로 깊이 관찰하시고는, 알려진 생리학적, 특히 내분비학적 지식에 근거하여 검사실 소견과 비교, 논리적으로 진단과 치료에 도달하는 태도였다고 생각된다.
이런 특성은 공부하신 내분비학의 학문적 특성과도 무관하지 않을는지 모르나, 그보다는 그러한 특성의 학문에 맞는 천성을 가지셔서 그러리라고 감히 짐작해 보는데, 이것은 전란후 1950년대 말의 학문적 황무지에서 선생님께서 아무도 쉽게 접근코저 않았던 내분비학에 강한 애착을 가지신 것으로부터 짐작되는 일이다.
이러한 호학하시는 논리적 성격은, 우리 후진들에게 논리적 사고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시기 위하여 가끔 들려주시는, 어떻게 아무런 호르몬 검사나 발달된 X-선 진단법의 도움 없이 원발성 알도스테론증을 진단하고, 외과의를 수술 장에 밀어 넣으실 수 있었냐를 설명하실 때 가장 잘 드러난다고 하겠다.

 선생님으로부터 항상 배우고자 하는 또 하나는, 학생들에 대한 교육에의 열정이다. 가까이서 모시지 않으면 선생님께서 학생강의의 준비를 위하여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시는지, 또 매번 콘퍼런스에 참가하시기 전에 꼭 교과서와 최근 잡지로부터 지견을 보충하셔서 개념을 정립 강화해 가신다는 것을 알 수 없으리라.
그러나 선생님의 가장 선생님다우심은 아직 회갑이 되셨다는 사실에 조금의 가치도 주시지 않은 채, 우리 후학들을 격려하며 연구를 계속하시려는 정열과, 새로운 지식을 얻으시려는 젊으신 마음, 그리고 새로운 지식을 얻으려하심에 있어 선후배,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시는 넓으신 도량에 있다고 하고 싶다.
그래서 매주 수요일 내분비학 연구회에서 선생님의 이러한 호학하시는 마음에 기초한 넓은 도량과 논리적 사고방법에 접할 수 있는 우리들 몇몇 의국원들은 특별히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하겠다.

 고대 유태의 철학자 필로는 “Every wise man is ransom for the fool"이라고 지적하고, ”(우리)우인들은 현인이 정열과 예지로써 보호하지 않으면 한시각도 지탱하지 못한다“고 갈파한 적이 있다. 과거 20여년 나의 어리석었던 행적을 되돌아 볼 때마다, 두분 선생님께서 이끌어 주시기 않았다면 어리석은 제자의 행로가 어떠하였겠느냐 생각하게 되고, 이끌어 주심에 감사하게 됨은 그런 의미에서 당연하리라 믿는다.

 앞으로의 20여년을 내다보는 1989년의 모두에 서서, 선생님들께서 각별히 베푸신 은혜를 되돌아보면 선생님뿐 아니라 함춘원에서 모셨던 여러 선생님들 ; 천의 무봉한 상상력으로 의학을 보는 눈을 키워주신 김경식 선생님, 끈기로 한 학문에 매진하는 태도를 실천해 보여 주신 김응진 선생님, 학문행위의 즐거움을 일깨워 주신 강석영 선생님, 학문을 발전시키기 위하여 하나의 교실, 한 대학의 벽을 넘어 한국의 의계를 합심 노력케 할 수 있음을 보여주신 이문호 선생님, 그리고 이름 들지 않은 함춘내과의 여러 스승님들께도 감사드림을 함께 기록하고 싶다. 글내 “스승이 없다”라고 강변을 하는 어리석은 자들을 보며, 이러한 좋은 스승님들이 계신 함춘내과의 일원이 될 수 있게 기회를 주신 여러 선생님들께도 또한 감사드리고 싶다.

 옷깃을 여미며 여러 선생님들의 만수무강하심을 빌면서 감히 기원하는 것은 둔한 제자가 선생님들의 은덕에 힘입어 “청출어람”을 이룰 수 있게 되는 것과 “제자가 없다”라고 말씀함을 듣지 않으시게 하는 일일 것이다.


1989년 1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이  홍  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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