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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헌기 교수의 사진한장

교 육

조회수 : 746 등록일 : 2020-08-21

교육

나는 과거 30년간 의과대학의 교수로서 교직에 몸담아 왔으나 나 자신을 진정한 의미에서의 교육자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교육학에 관한 책을 들쳐본 일도 엇다. 그러니 긴 세월동안 대학생들과 말을 나누고 생활을 같이 하는 사이에 나 나름대로 교육이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대한 답같은 것이 머리 속에 정착하게 되었다.

우선 교육이란 억제력을 기르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갓난아기는 배고프면 젖달라고 울고 아무 거리낌없이 배설을 한다. 돌이 지나면 소위 화장실 교육이 시작되는 것인데 아무 데서나 싸면 안되고 꼭 변기에 싸야 된다는 억제력을 기르는 것이다. 교육의 시작이라 하겠다.

일반적으로 우리 나라 사람들이 규칙이나 법에 규제 받기를 싫어한다는 말들이 있는데 이것이 어릴 적에 화장실 교육이 철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정신과 의사들도 있다. 즉 우리 나라의 온돌이라는 생활공간에서는 아기들의 배설을 그대로 허용하여도 바로 걸레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구태여 엄격한 화장실 교육이 절실하게 실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모든 본능이나 벌거숭이 욕만이 억제되지 않고 분출된다는 것은 사회를 형성하고 사는 인간에게는 도저히 허용될 수 없는 일이다. 화장실에 갈 때까지 변의(便意)를 참고 미운 사람을 때려주고 싶은 충동을 참고, 일하기 싫어도 참고 일하고, 가지고 싶어도 남의 것에 손대지 않고 이러한 모든 억제력을 기르는 것이 교육일 것이다. 때로는 호탕스런 사람, 스케일이 큰 사람을 바람직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많은 경우 억제력 없이 큰 에네르기만을 분출하는 사람은 주변에 큰 해를 끼치기가 쉬운 것이다.
유태인에 대한 미움을 억제하지 못한 「히틀러」의 행동이 역사에 얼마나 큰 오점을 남겼는가.
 
두 번째로 교육이란 가치판단의 기준을 높이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만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는 사람보다는 남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 훌륭한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선거에서 돈 받고 표 찍어 주는 사람보다는 돈의 유혹을 뿌리치는 사람을 우리는 존경한다.
예술가나 학자는 부자가 될 수 없으나, 자기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산다.
동물들은 개체(個體)보전을 위한 식욕과 종족(種族)보존을 위한 성욕만이 행동의 기준이 되겠지만 인간에게는 그 이상의 것 즉 사회, 문화, 종교 같은 것이 행동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동물적 기준에서 보다 이러한 인간적 기준으로 행동하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고 느끼도록 가르치는 것이 진정 교육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우리 나라는 문맹률(文盲率)이 적기로는 세계에서 상위에 속한다고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인간교육이나 사회교육이 효과 같은 것은 우리의 현 세태 속에서 찾기 힘들다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싶다.

한가지 본보기로서 우리 나라 교통사정의 실태를 살펴보자. 깜박이로 차선을 바꾸겠다고 의사표시를 하면 2차선의 차들은 자리를 비켜주기는 고사하고 못 들어오게끔 속력을 더 낸다. 얼마나 살벌한 일인가.
대형버스나 트럭은 법정속도는 완전히 무시하고 질주하며 앞으로 저속으로 가는 소형차에 바짝 붙으면서 고성능 크락션 소리로 위협한다. 소형차는 겁에 질려 피해주기 마련이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의 표본 같은 현상이다.
공존(共存)의식 같은 것은 티끌만큼도 없는 것 같다. 교통신호등은 마지못해 지키지만 청색의 진행신호가 켜지기 몇 초 전에 벌써 차는 움직인다. 적색의 정지신호는 켜져서 몇초후까지 무시당한다. 억제력 기르는 훈련은 전혀 받은 일이 없는 사람들이 운저하는 것 같다.
사람이 오가는 횡단로 표시가 있어도 일단정지 하는 차는 가뭄에 콩나듯 한다. 나아닌 타인은 완전히 무시당하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의 부재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모르겠다. 우리 나라의 사회는 법이나 규칙보다 정(情)으로 유지된다는 말도 있으나 고도로 복잡해진 현대에서는 안 통하는 말이다. 하루빨리 우리 나라 교육계에서 교육혁신을 일으켜 어릴 때부터 억제력을 기르고 나와 나의 가족뿐 아니라 동포, 사회, 인류, 학문, 예술 같은 한 차원 높은 곳에 가치판단의 기준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 만들기가 절실히 요구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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