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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헌기 교수의 사진한장

가까이서 뵌 민헌기 선생님

조회수 : 805 등록일 : 2020-08-21

가까이서 뵌 민헌기 선생님

“아니, 벌써!”
따르릉…,
“원고 아직 다 들어오지… 않았겠죠?”
“야, 니꺼 빼고 다 들어왔다”
요새는 하는 일없이 시간만 가는 것 같다. 함춘내과 민 헌기 선생님 정년퇴임 특집호의 원고청탁을 받은 것이 7월말인데 벌써 한 달이 지나가다니. 나는 앞으로 재주 없는 전공의에게는 무리한 지시를 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민 헌기 선생님으로부터의 첫 배움은 본과 2학년 블록 강의시간으로 기억된다. 당시 나는 학점이 나쁜 것을 기초과목이 내 적성에 맞지 않는 탓으로 돌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임상과목에 대한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2학년 2학기를 시작한 참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블록때 배웠던 임상강의는 내과라는 막연한 과목에 대해서, 내가 앞으로 평생을 걸어야 할 길로 삼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기억나는 민선생님의 강의는 뇌하수체전엽 질환에 관한 것으로 지금 내가 학생들이나 전공의 선생들에게 쉽게 설명해 줄 수 있을 정도로, 어려운 질환들을 간결명료하게 강의하신 것으로 기억된다. 이 질환들에 대한 선생님의 설명들은 그후 전공의 생활을 하면서도 여러 번 반복해서 듣게 되었지만 그때마다 선생님께서 설명하시면서 강조하는 부분은 동일하였고, 변하지 않을 사실에 대하여 아주 쉽고 기억에 남게끔 예를 들어가시면서 강의하셨었다.
3학년이 되어서는 내과학 실습 및 각종 conference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민선생님의 bed side teaching 시간에 PDA로 입원한 고대 여학생이 증례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 선생님께서는 cardiac chamber pressure와 cardiac murmur와의 관계를 그림을 그려 가시면서 설명을 하여 주셨는데, 당시까지 이에 대하여 전혀 생각지 못했던 나에게는, 이러한 현상에 대한 선생님의 설명이 너무나도 또렷하게 남아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하여 나중에 4학년 내분비 elective course때 질문하셨을 때 선생님 방의 칠판에 그려가면서 그대로 답을 하였던 기억이 난다. 또한 당시 내분비 round 및 conference 시간에는 환자들이 직접 내려와서 선생님의 질문에 답을 하곤 하였었는데, 교과서에 있는 특징적인 환자의 증상을 선생님께서 자연스럽게 끌어내시는 것을 보고는 임상의사로서의 매력을 다시 한번 절실히 느꼈었다.

선생님의 환자를 진료하실 때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사실들을 가지고 논리적으로 생각을 펼쳐나가시는 편이라, 사고의 비약 같은, 임상의사로서는 결정적인 실수를 최소화시키시는 것 같아, 나도 많이 반성하고는 하였지만 아직까지는 환자에 대하여 가끔은 소설을 쓰고 있는 나 자신을 종종 발견하고는 한다.
선생님의 외래에 들어가 보면 간과하기 쉬운 환자들의 작은 호소에 대하여 아주 신중하게 판단하시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는데, 가벼운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를 놓고 (나 같으면 요새 세상에 머리 안 아픈 사람이 어디 있을까하고 지나치지만) 이것저것 물어보시고 진찰을 새로이 하신 후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정중하게 답하셨던 적도 있었다.
직접 혈압을 재시더니 이것이 pulsus alterans야 gklaus서 지도해주셨던 적도 있다. 선생님은 외래를 보실 때도 꼭 책을 옆에 뒤고 불확실한 기억은 환자를 놓아두고, 책을 찾아보신 후 다시 진행을 하시곤 하셨으며, 이러한 선생님의 습관이 주변의 모든 사물 및 현상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과 통찰력을 계속 유지하실 수 있는 밑바탕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선생님은 환자 진료뿐 아니라, 학생교육에도 누구 못지 않은 열정과 관심을 가지고 계셨다. 학생들과의 conference 전에는 꼭 subject에 대한 공부를 다시 한번 하신 후 conference를 이끌어 나가셨으며, 학생들의 강의 후에는 선생님의 강의가 어느 정도 전달이 되었는지에 대하여서도 같이 들었던 전공의에게 확인을 하시고는 하셨었다. 나도 현재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러한 선생님의 교육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인지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지금은 비록 같은 직장에서 모시지는 못하지만 민선생님은 내가 내분비를 할 수 있게끔 initiative를 주셨으며, 내분비 전공 후에도 계속적인 채찍질을 하시는 영원한 스승으로 모시고 있는 분이다. 끝으로 곁에서 모신 선생님의 다른 일면은 어느 누구 못지 않게 fashion에 대한 안목이 뛰어 나신 분이다. 민선생님의 건강을 기원하고 또한 민선생님이 계신 병원의 전공의들에게 굉장히 행복한 의사들이라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상계백백원 내과

고  경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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