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민헌기 교수의 사진한장

민 선생님께

조회수 : 704 등록일 : 2020-08-21

민 선생님께

그 동안 선생님께 편지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선생님께는 말보다 그리고 어느 산문보다 마음을 전하기에는 편지가 편하게 느껴져서 입니다. 

내과 전공을 정하고 나서, 내분비학 분과를 선택할 때 지금까지 내렸던 어느 결정보다 쉽고 마음 편하고 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는 내분비학을 잘 몰랐던 시기였으므로, 그 결정은 선생님의 덕목에 이끌려서였다고 생각됩니다.
선생님께서는 말씀으로 표현은 잘 안 하셨을지는 모르지만 늘 의국원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을 잘 헤아려 주시고 스스로 깨닫고 따라올 수 있게 의국을 이끄셨습니다. 매 집담회나 병동 회진을 하실 적에 아무리 바쁘시더라도 오늘 무엇을 가르치실 것인가 생각을 정리하고 오셨다고 느꼈습니다.
선생님께서 보여주신 그 모범은 오늘까지도 흐트러지는 제 마음을 추슬러 주곤 합니다. 선생님께서 늘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던 “눈으로 보이지 않는 병변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더 매력을 주는 학문”을 저도 한해 한해 선생님과 함께 지내면서 조금씩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의학기술이 발달로 많은 병변이 보일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도 제 마음 자락에는 선생님의 그 말씀이 남아 내분비학을 하는 큰 보람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 후 의국생활과 군복무를 마치고 선생님 덕분에 내분비학을 할 수 있는 일자리를 갖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도 내분비학을 할 수 있는 일자리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이 다행으로 여겨졌었는데, 하물며 선생님께서 내분비학을 시작하셨을 때를 유추해보면 발길 닿지 않는 숲 속에 오솔길을 조금씩 만들어가는 것과 다름이 아니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내분비학 교실, 내분비 집담회에 이어서 드디어는 내분비학회를 창립하셨습니다. 저는 당시에는 학회를 창립하시면서 선생님께서 느끼셨던 감개무량함을 차마 헤아리지 못하였습니다. 제가 처음 제 일터에서 내분비과를 만들면서 비로소 선생님께서 느끼셨던 막막함과 또 기쁨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선생님께 배웠던 것을 적용하다 보니 막막함도 서서히 풀려 나갔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정년 이후에도 이전에 진배없이 집담회나 학회에 참석하시어 많은 질문과 보충말씀을 주시는 학구열을 보면 아직도 저는 한없이 부끄럽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선생님께 가르침만 받고 있어서 더욱 그러합니다.
생님의 희어진 머리결에도 저는 선생님을 뵈올 때마다 제가 처음 내분비의국에 발을 들였을 적 그 모습만이 보여집니다. 또한 선생님께서는 학문에서뿐만이 아니라 가정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도 저희들에게는 큰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제가 선생님께 받은 가르침의 몇 만분의 일이라도 후학들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선생님께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뒤늦게 미국으로 연수를 떠났을 때 마음의 위안이 되었던 시를 선생님과 함께 하면서 오늘 마저 다하지 못한 글월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Trees
Joyce Kilmer

I think that I shall never see
A poem lovely as a tree.
A tree whose hungry mouth is prest
Against the earth's sweet flowing breast;
A tree that looks at God all day,
And lifts her leafy arms to pray;
A tree that may in Summer wear
A nest of robins in her hair;
Upon whose bosom snow has lain;
Who intimately lives with rain.
Poems are made by fools like me,
But only God can make a tree.


선생님 늘 건강하십시오. 

2002년 11월
제자 강 문호 드림

이메일주소 무단수집 거부

본 웹사이트에서는 이메일 주소가 무단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위반 시,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처벌됨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뷰어 다운로드

뷰어는 파일 문서 보기만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뷰어로는 문서 내용을 수정하거나 삭제, 편집 할 수 없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사용하는 문서는 한글2002, 워드, 파워포인트, 엑셀, PDF(아크로뱃리더) 5가지 입니다.

사용하시는 컴퓨터에 해당 뷰어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경우 뷰어를 다운로드 받아 각 개인 컴퓨터에 설치하셔야 합니다.
뷰어는 사용하시는 컴퓨터에 한 번만 설치하시면 됩니다.

전체 검색

전체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