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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보연 교수의 컬럼

조보연 교수 퇴임식 - 퇴임사

조회수 : 1,088 등록일 : 2020-10-26

퇴임사


  오늘 이렇게 멋있고 성대한 퇴임식 자리를 만들어 주신 박경수 과장님, 유형준 동문회장님과 내분비 동문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자리를 함께 해주신 민헌기 선생님과 고창순 선생님 그리고 이홍규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돌이켜 보면 돌아가신 이문호 교수님을 지도교수로 모시고 내과를 공부하기 시작한지 어언 40년, 고창순 선생님한테서 학문하는 법을 지도 받으며 갑상선학을 공부한지도 벌써 31년이 지났습니다.

  충청도 촌놈이 대전을 거쳐 서울로 유학하면서 의사가 되는 중에 작으나마 소중한 꿈이 있었습니다. 은사 선생님들을 모시고 공부하면서 나도 교수가 됐으면 하는 꿈이 있었는데, 선생님들의 배려로 쉽게 이루어졌습니다. 1982년 보스톤에 연수 가서 실험실에서 만난 짝꿍이 바로 thyroid stimulating antibody 측정법을 개발한 친구였습니다. 알고 보니 저와 같은 해에 일본 교토의대를 졸업한 동갑내기였습니다. 저는 그 방법을 배우려고 이제 막 미국에 왔는데, 이 친구는 몇 년 전에 이미 일본에서 이 방법을 개발하고 JCEM에 발표한 후 Ingbar lab.에 연수 와서 다른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나도 한국에 돌아가면 국내에서 연구해서 유명 잡지에 발표해봤으면 하는 꿈을 갖게 됐습니다. 지금은 SCI 잡지에 논문을 발표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1980년대만 해도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쉽지는 않았지만 민헌기, 고창순 선생님이 밀어주시고, 여러 젊은 후배들이 같이 노력해줘서 1987년부터 그 꿈을 이뤘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갑상선학은 화려하지도 않고 별로 인기가 없어서 전공하는 사람이 드뭅니다. 그래서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할 때마다 저 혼자여서 외로운 때가 많았습니다. 특히 같이 밥을 먹을 사람이 없어 호텔 방에서 혼자 햄버거로 저녁을 때울 때가 많았습니다. 각국의 교수들이 의국원을 몇 명씩 거느리고 다니면서 세를 과시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저들처럼 많은 제자와 동료들과 같이 참석해서 발표했으면 좋겠다는 꿈을 갖게 됐습니다. 이 꿈이 이루어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드디어 지난 9월 파리에서 개최된 세계갑상선학회에 한국에서 100편이 넘는 연제를 발표하여 숫자만으로는 세계 3위로 일본, 중국뿐만 아니라 주최국 프랑스보다도 많은 연제를 발표하게 됐습니다. 물론 참가자도 100명 이상으로 학회장 곳곳에서 학구 동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 소박한 꿈을 이루는 데는 은사 이문호, 민헌기, 고창순 선생님의 지도와 격려, 힘들고 어려운 역경을 같이 참고 이겨 내준 후배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언제부터인가 논문을 읽으려면 돋보기가 필요했고, 논문을 읽다보면 언젠가 읽었던 논문을 다시 읽고 있는 경우가 허다해졌습니다. 특히 지지난해부터는 1주일, 한 달은 짧지만 하루는 길다고 느꼈습니다. 외래가 없거나 끝난 후 시간이 나면 실험실에 들려 결과를 검토하고 토론하거나, 책이나 논문을 읽기보다는 사진기를 들고 절에 가는 일이 빈번해졌습니다. 그래서 이젠 학교를 떠나야 할 때가 되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저는 참으로 행복한 삶을 살았습니다. 훌륭한 스승님으로부터 의학을 배울 수 있어 행운이었고, 능력 있는 선배, 동료, 후배들과 같이 공부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작으나 소중한 꿈을 이루고 이제 학교를 떠나려 합니다. 그동안 여러분께 참으로 많은 빚을 진 것 같습니다. 도움만 받고 보답도 못한 채 떠나게 되어 정말로 죄송하고 면목이 없습니다. 그동안 도와주셨던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혹시 제가 서운하게 한 일이 있었다면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과 같이 훌륭한 선생님들이 계신한 우리 내분비내과는 더욱 발전하리라 믿습니다. 끝으로 불경에 나오는 말씀을 빌려 후배들에게 다음과 같은 당부를 드리고자 합니다. “소리에 놀라진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흔들림 없이 학문에 정진하여 큰 성취 이루시고 의학계의 큰 별들이 되시기를 빕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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