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사찰 보기05-천왕문과 사천왕상
5. 천왕문과 사천왕상
일주문을 지나 절로 들어가다 보면 절의 중문에 해당하는 또 하나의 문을 만난다. 일주문과는 달리 제대로 된 문인데 대부분 정면 3칸 측면 2칸의 규모로 되어 있다(기둥과 기둥 사이를 1칸이라고 한다)(사진 1, 2). 간혹 보은 법주사의 천왕문처럼 정면 5칸의 근 건물로 된 경우도 있다. 정면 3칸 중 가운데로 사람이 출입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 문으로 들어서면 험상궂은 얼굴로 출입하는 사람을 노려보는 사천왕상(四天王像)을 만난다. 그래서 이 문을 천왕문(天王門) 또는 사천왕문(四天王門)이라고 한다.
사천왕은 불법을 수호하는 외호 신중(外護 神衆)이다. 불교의 세계관에 의하면 사람들이 사는 곳은 수미산 기슭의 네 대륙 중 남쪽의 염부제(閻浮提)이다. 그 위 수미산 중턱에 사천왕천이 있다. 사천왕은 사람들 세상과 가까이 있는 하늘에서 수미산 정상에 있는 도리천(忉利天, 三十三天)의 주재자인 제석천을 도와 불법을 수호한다. 사천왕은 잡귀를 내쫓아 사찰과 불법을 수호하고 절을 찾는 사람에게 죄 짖는 두려움과 부처님에 대한 경외심을 심어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통일신라 초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하여 조선시대에는 사찰입구에 사천왕문을 세워 모시고 있다.
사천왕은 각자 동서남북 중 한 방향을 맡아 불법을 수호하고 있는데, 대웅전을 향하여 오른쪽에는 동방 지국천왕(持國天王)과 남방 증장천왕(增長天王)이, 왼쪽에는 서방 광목천왕(廣目天王)과 북방 다문천왕(多聞天王)이 위치하고 있다. 대체로 눈은 크게 부릅뜨고, 입은 큰데다가 빨갛고, 몸에는 갑옷을 걸치고 있으며 손에는 일정한 지물(持物)을 들고 있다. 사천왕의 모습은 자세히 보면 피부색이나 얼굴 모습이 서로 달라 구별되지만 특히 손에 든 지물로 잘 구별된다. 동방을 맡는 지국천왕은 손에 칼을 들고 있고(사진 3), 서방을 맡는 광목천왕은 용을 잡고 있다(사진 4). 남방을 지키는 증장천왕은 손에 비파를 들고 있으며(사진 5) 북방을 지키는 다문천왕은 삼지창과 보탑을 들고 있다(사진 6). 현존하는 사천왕상 중 건립 연대가 확실히 밝혀진 것으로는 전북 완주 송광사의 소조사천왕상(보물 1255호)을 들 수 있다. 서방 광목천왕상 왼쪽 머리끝 뒷면에는 조선 인조 27년(1649)에 조성된 것을 알 수 있는 글이 있으며, 북방 다문천왕 왼손에 얹어 놓은 보탑 밑면에는 정조 10년(1786)에 새로이 보탑을 만들어 안치하였음을 알려 주는 기록이 있다. 따라서 이 사천왕상은 제작연대가 확실하고 병자호란 이후 국난극복의 강한 의지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천왕상이 지녀야 할 분노상, 용맹상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어 돋보이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