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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보연 교수의 컬럼

한국의 전통사찰 보기01-일주문

조회수 : 2,473 등록일 : 2020-10-26

사진1
사진2

한국의 전통사찰 보기


  한국사람 치고 절에 안 가본 사람은 없다. 종교가 무엇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 주변에는 높고 낮은 산이 많고, 대부분의 산에는 절이 있다. 등산을 가든 야유회를 가든 산에 가면 절이 있고, 절이 있으면 들러서 약수로 목을 축이고 잠간 쉬었다 가게 된다. 누각 (봉래루, 만세루 이름은 아무래도 좋다)에 앉아 쉬다 보면 마당을 건너 대웅전이 보이고 대웅전 너머 산봉우리와 능선이 보인다. 한여름 이마에 흐르는 땀을 시원한 바람에 식히다 보면 대웅전 처마에 달려 있는 풍경 소리가 졸음을 쫓고, 스님의 낭랑한 독경 소리와 목탁 소리가 속세에 찌든 마음을 씻어 준다. 설사 불교 신자가 아니라도 좋다. 절은 오는 자를 막지 않고 가는 자를 잡지 않는다. 절에 들어서면 어쩐지 오래 전에 떠났던 고향 집에 온 것 같고, 요사채 뒤쪽 어데 선가 어머니가 나오시며 나를 반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는 우리 몸속에 1600여 년 동안 면면이 이어져 내려 온 불교문화가 배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불교가 들어 온지 1600여년이 지나는 중에 불교는 우리의 생활 속에 젖어 들어 우리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우리의 정서에는 불교적 사상이 녹아 있고, 항상 사용하고 있는 언어 중에는 불교 용어가 많다. 예를 들면 이판사판이나 야단법석 같은 말들은 불교 용어를 우리의 일상생활의 한 모습을 표현하는 용어로 차용하여 우리말이 되었다. 금강산, 묘향산, 능가산, 비로봉, 보현봉, 문수봉 등 유명한 산이나 봉우리의 이름 중 불경이나 불보살의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근대화, 산업화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우리 것을 등한이 하는 버릇이 생겼다. 아니 어느 정도는 무시하는 경향도 있다. 국민소득 2만불을 목전에 둔 선진국 국민으로서 이제 우리의 멋도 좀 알고 지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우리의 멋, 전통을 찾는데 가장 좋은 곳이 절이다. 절에는 1000년이 넘게 이어져 온 우리의 전동 건축이 있고, 조각이 있고, 회화가 있으며, 이들이 바위, 나무, 풀, 흙과 어우러져 오케스트라를 연주한다. 이 멋진 장면을 보고, 느끼고, 장엄한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듣기 위해 이제 절로 찾아가 보자. 절에 가면 무었을 보고, 느끼고 들어야 하는가를 알아보자.


1. 일주문

    우리나라의 절은 거의 대부분 산 속에 있다. 삼국시대에서 고려까지는 많은 수의 사찰들이 도심에 있었다. 부여 정림사지, 경주 황룡사지, 익산의 미륵사지 등이 그 근거이다. 이조시대에 억불정책에 의해 불교가 쇠퇴되면서 절은 주로 산사 형태로 명맥을 유지해왔다. 산사의 입구에는 절 입구를 알리는 일주문(一柱門)이 있다. 일주문을 지나야 비로소 속세를 떠나 진리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일주문을 들어섰다고 바로 부처의 세계에 이르는 것은 아니지만 일주문을 지나는 순간 엄숙해지고 흐트러졌던 마음을 가다듬게 된다 (사진 1: 봉정사 일주문). 일주문이란 말 그대로 기둥이 하나라는 뜻이지만 실제는 두개의 기둥을 일렬로 세우고 그 위에 지붕을 얹은 아주 특이한 형태의 건물이다. 모든 건물은 기둥이 4개 이상인데, 단 두개의 기둥만으로 그 것도 기둥을 땅 속에 박지 않고 돌로 된 기단 위에 세운 점은 건축학적으로도 매우 특이한 형태다. 태풍으로 일반 주택이나 교량이 파괴되지만 일주문이 파괴 되었다는 소식이 아직 없었던 점으로 보면 우리 조상들의 건축 기술은 매우 뛰어 나지 않나 생각된다.

  두개의 기둥 사이를 평방(平枋)과 창방(昌枋)으로 연결하고 그 위에 다포식 맞배지붕이나 (사진 2: 부석사 일주문) 팔작지붕을 (사진 3. 선암사 일주문) 얹는 형식을 취한다. 지붕 양식은 단순한 맞배지붕의 형식을 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기둥과 처마 사이를 받쳐주는 공포는 맞배지붕에 어울리지 않는 다포식 배열을 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일부 사찰의 일주문은 화려한 팔작지붕의 양식을 얹고 다포식 공포 배열을 한 경우도 있어 단 두개의 기둥 위에 얹은 지붕 치고는 너무 화려하고 복잡한 형태를 취한다. 어찌 보면 가는 몸통에 큰 머리를 가진 가분수 같아 비례가 맞지 않는 느낌이 든다 (사진 4. 내소사 일주문). 일주문에는 사찰이 위치한 산 이름과 사찰명의 현판이 걸려 있는데, 대개 당대의 명필이 쓴 글씨가 많아 관심을 갖고 볼 필요가 있다.

  현재 대부분의 사찰마다 일주문이 있지만 이는 근대에 들어 새로 만든 것들 이고 원래는 모든 사찰에 일주문이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나마도 현존하는 일주문은 대부분 임진왜란, 병자호란 후에 새로 만든 것들이다. 현존하는 일주문 중에는 승주 선암사의 일주문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속세와 절의 경계는 일주문이 아니라도 자연석이나 나무 등이 대신하기도 한다. 서산 개심사 입구에는 일주문 대신 돌 두개를 세워 일주문을 대신하고 있다 (사진 5. 개심사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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